Euan Argent's Speech
유안 아젠트의 축사
Since this speech will be given in English, a written version will not be provided. However, it will be updated after the reception is over.
여러분, 안녕하세요!
저는 유안이라고 합니다. 아론의 세 살 어린 동생이며, 오늘 형의 들러리로 설 수 있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형이 저를 선택해 줬어요. 물론, 키를 생각하면 그렇게 ‘큰’ 형은 아닐 수도 있지만요! 그래도 저는 형을 존경합니다, 적어도 앉아 있을 때는요.
아론과 지현, 멋진 결혼식을 준비해 준 것에 대해 축하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어요. 모두 정말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 같고, 이 모든 게 두 사람 덕분입니다.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서, 아론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해요. 형과 함께 자란다는 것은 기쁨과 혼돈, 그리고 눈물(대부분 형 쪽에서 흘린)이 가득한 여정이었어요. 그리고 물론, 아론의 수많은 ‘도전적인’ 헤어스타일도 빼놓을 수 없죠. 아, 요즘은 스타일이랄 게 없긴 하지만요.
사람들은 **“영웅을 직접 만나면 실망한다”**고들 하죠. 저도 백 번 공감합니다. 아론은 2002년에 자기 영웅을 만났거든요. 그게 하필이면 제가 태어난 날이었어요. 신기하죠?
농담이고요. 진지하게 말하자면, 아론 같은 사람을 만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는 소탈하고, 배려심이 많고, 겸손하면서도 강한 사람이에요. 그는 정말 멋진 형이고, 언제나 저를 지지해 주는 든든한 존재였어요. 힘든 순간에도 항상 제 곁에 있어 줬어요.
하지만 오늘 저는 형의 멋진 면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조금은 ‘성장 과정에서 생긴’ 흑역사도 함께 공유해야겠죠.
아론은 어릴 때부터 음식을 무척 좋아했어요. 그래서 아버지는 형을 애정 어린 별명으로 **“덤프트럭”**이라고 불렀죠. 아기 때 워낙 통통했고, 눈에 보이는 건 뭐든 다 먹어 치웠으니까요. 사실 좀 아이러니한 게, 그때 사람들은 형이 아버지를 꼭 닮았다고 했거든요. 형은 너무 커서 기어 다니는 대신 엉덩이로 질질 끌고 다녔어요. 그래도 하나는 확실했죠. 형은 절대 밥 먹는 걸 포기하지 않을 거라는 거요!
또, 흔히 한 가지 능력이 부족하면 다른 능력이 빨리 발달한다고 하잖아요? 형은 말이 아주 빨리 트였어요. 다만, 그 어휘가… 조금 문제가 있었습니다.
형이 두 살 반쯤 되었을 때 일이에요. 엄마가 형과 사촌 칼럼을 유치원에서 데려오고, 할머니를 태우기 위해 차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그런데 상황이 최악이었죠. 엄마는 불법 주차 중이었고, 영국 날씨답게 비가 억수같이 쏟아졌어요. 차 안은 습기로 가득 찼고, 주변 차들은 지나가려고 경적을 울리고 있었죠. 그때였습니다.
그 모든 혼란 속에서, 우리 아론이 큰 소리로 외쳤어요.
“젠장, 할머니 왜 이렇게 늦어!!”
엄마는 백미러로 형을 쳐다봤고, 칼럼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형, 너 엄마한테 진짜 혼날 거야.”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어요. 분명 어딘가에서 이 말을 들었을 텐데… 대체 누구에게 배운 걸까요? 엄마?
유아기 시절의 욕설 사건을 제외하면, 형은 정말 다재다능한 사람이에요. 럭비, 축구, 테니스, 수영… 뭐든 다 해봤어요. 저랑 같이 서핑 라이프가드도 했었죠. 우리는 나름 괜찮은 수영 실력을 갖추고 있었지만, 뉴질랜드 호크스 베이의 오션 비치에서는 소용없었어요.
그날, 4~5미터 높이의 거대한 파도가 몰아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희는 멋있어 보이겠다는 생각으로 바디서핑을 하기로 했죠. 결과요? 처참했죠. 제대로 타지도 못하고 물속에서 공중제비를 돌았어요. (참고로, 물속에서 그런 자세로 구르는 건 원래 하면 안 되는 거예요.) 결국 경미한 뇌진탕을 입은 채, 해변으로 휩쓸려 나왔습니다. 멋진 모습을 기대했지만, 돌아온 건 상처 난 몸과 자존심뿐이었어요.
형과 저는 언제나 허물없이 대화를 나눴어요. 웃긴 에피소드도 많았고, 형은 어릴 때 통역사 역할도 했어요. 저는 다섯 살이 될 때까지 말을 잘 못 했거든요. 그래서 필요한 게 있으면 이상한 소리를 내며 표현했는데, 엄마는 겨우 이해했지만 아빠는 전혀 못 알아들었어요. 그런데 형은 제가 무슨 말을 하는지 항상 알아들었어요. 우리는 우리만의 언어가 있었고, 그걸로 몰래 아빠를 놀래킬 계획도 세우곤 했죠. 형은 그렇게 언제나 저를 챙겨주었어요.
이제, 형이 지현이를 아끼는 모습을 보면, 저는 그때와 같은 따뜻한 마음이 느껴져요. 지현아, 이제 너도 우리 가족이야. 네가 형의 삶에 가져다준 행복이 정말 크다는 걸 잘 알아. 너는 다정하고 배려심 넘치는 사람이야. 앞으로 두 사람이 함께할 미래가 너무 기대돼.
자, 이제 다 같이 잔을 들어주세요.
아론과 지현, 두 사람의 결혼 생활이 사랑과 웃음, 그리고 끝없는 모험으로 가득 차길 바랍니다.
아론, 결혼 생활에서도 그날의 파도처럼 용감하게 맞서길 바라.
지현, 형에게 한국어를 가르쳐 줄 인내심을 가지길 바랄게!
그리고… 두 사람의 아이들이 지현이를 닮기를 간절히 바랍니다.